“매출은 3분의 1, 이익은 3배”
한국 유통업계에서 ‘가성비 제왕’이라 불리는 다이소가 대형마트 이마트보다도 높은 수익성을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매출 4조 원대에 불과하지만 영업이익은 무려 3,700억 원으로, 이마트보다 세 배 가까이 많은 수준입니다. 단순히 가격이 싸서 잘 되는 게 아니라, 철저히 계산된 운영 방식과 전략 덕분에 이런 성과가 가능한 것이죠. 이번 글에서는 다이소 수익구조의 핵심을 다양한 각도에서 풀어보겠습니다.
박리다매? 오해입니다
다이소 하면 흔히 ‘박리다매’를 떠올리지만, 실상은 완전히 다릅니다. 다이소의 영업이익률은 9%대로, 대형마트나 편의점보다 훨씬 높은 수준입니다. 비교해보면 이마트의 영업이익률은 1%도 채 되지 않죠.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차이가 날까요? 첫째는 원가 절감 전략입니다. 일반 유통업체들이 기존 브랜드 제품을 떼어오는 방식이라면, 다이소는 아예 자체상품(PB)을 직접 개발해 공장에서 ‘선주문 대량생산’ 방식으로 제작합니다. 예를 들어, 농심 라면을 사오는 대신, 직접 제조사에 협상해 ‘다이소 전용 라면’을 생산하게 만드는 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가격을 낮추면서도 마진은 더 확보할 수 있어요. 다이소 수익구조가 높은 첫 번째 이유는 이처럼 제품단 원가 구조가 철저히 설계돼 있기 때문입니다.
가맹점 제한 정책, 알고 보면 ‘선택과 집중’
다이소는 전국에 약 1,500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중 가맹점은 500여 곳에 불과하고, 매년 신규 가맹 오픈은 30개도 채 되지 않죠. 프랜차이즈 사업자들이 보통 가맹 확대를 통해 수익을 늘리는 것과 달리, 다이소는 직영점 위주 운영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매장 하나당 평균 매출이 약 22억 원에 달하는 ‘황금알 낳는 거위’이기 때문입니다. 퀄리티 있는 입지 선별과 내부 운영 컨트롤을 위해 본사 직영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죠. 가맹사업으로 수수료를 벌기보다는, 직영을 통해 전반적인 이익률을 유지하는 것이 다이소 입장에선 훨씬 유리합니다.
이 역시 다이소 수익구조를 견고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복층 구조 활용, 임대료 절감의 기술
매출 대비 임대료 비중을 줄이기 위한 전략도 다이소의 고수익 비결 중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 번화가에서는 1층을 최소화하고 2~3층을 넓게 사용하는 방식을 선택합니다. 명동 같은 곳에선 아예 12층짜리 건물 전체를 통으로 임대해 다이소 매장을 운영한 사례도 있죠.
일반적으로 상권 좋은 1층은 임대료가 높지만, 위층은 훨씬 저렴합니다. 이 구조를 역이용해 면적은 넓게 확보하면서도 임대료는 절감하는 방식입니다. 덕분에 다이소의 임대료 비중은 매출의 약 5% 수준으로, 같은 유통업계의 스타벅스보다도 훨씬 유리한 구조를 갖췄습니다.
광고 없이 입소문… 언론과 SNS가 대신 홍보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광고비의 극단적 절약입니다. 다이소는 연간 광고비로 58억 원 정도만 사용하며, 매출 대비 약 0.15%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는 일반 소비재 브랜드의 1/10 수준도 되지 않는 매우 낮은 비율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이소는 언제나 SNS나 뉴스 기사에서 자주 등장합니다. “다이소 신상 추천템”, “다이소 꿀템 모음” 같은 제목의 기사나 영상이 넘쳐나죠. 이는 소비자 스스로 SNS에서 자발적으로 홍보를 해주고, 언론이 알아서 다이소 상품을 기사화하는 구조가 잡혀 있기 때문입니다. 다이소 수익구조에서 비용을 낮추는 핵심 중 하나가 바로 이 홍보 전략입니다.
3만 개 상품, 갈 때마다 바뀌는 재미
편의점이 평균 3,000개 상품을 취급하는 데 반해, 다이소는 무려 3만 개가 넘는 상품을 운영합니다. 더 놀라운 점은 재고를 1.8개월분만 보유한다는 점입니다. 즉, 재고 회전율이 매우 높고, 상품이 빠르게 순환되기 때문에 고객 입장에서는 “갈 때마다 새로운 게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죠.
이런 전략은 재방문을 유도하고, 동시에 상품 교체에 따른 유행 반영도 빠르게 진행할 수 있게 해줍니다. 계절별, 이벤트별로 빠르게 상품을 바꾸는 능력은 다이소 수익구조의 효율성을 높이는 또 다른 포인트입니다.
‘1,000원의 마법’, 철저히 계산된 유통혁신
다이소는 단순히 싼 제품을 파는 브랜드가 아닙니다. ‘1,000원 균일가’라는 시스템을 통해 소비자의 가격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효과도 있습니다. 상품마다 가격표를 따로 보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은, 계산된 소비보다는 직관적 소비를 유도하죠.
그리고 소비자들은 “이 가격이면 그냥 하나 더 사지”라는 심리로 계획에 없던 구매를 하게 됩니다. 이처럼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구조도 다이소 수익구조의 한 축입니다.
결론: ‘노가다도 전략이다’라는 정신이 만든 결과
다이소의 창업자인 박정부 회장은 공장에서 해고된 후 무역업을 시작해 전 세계 공장과의 거래망을 만들었습니다. 30년 이상 일본 다이소에 납품하다가, “왜 일본만 이익을 가져가냐”는 판단으로 한국형 다이소를 만들게 된 것이죠.
그가 만든 것은 단순한 가성비 매장이 아니라, 전 세계 유통 전략을 응축시킨 ‘1,000원의 함정’입니다. 오늘날 다이소의 성공은 우연이 아니라, 계산된 수익구조와 전략적 실행의 결과입니다.